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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등뻐꾸기 우는 밤
 
장수정 기자 기사입력  2014/05/31 [21:24]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못되었을까. 화야산을 내려오는 데 등 뒤 깊은 골짝에서 검은등뻐꾸기가 운다.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는 특이하다. 네 음절씩 반복되는데 누구는 그 소리를 ‘홀딱벗고’로 듣기도 하고 누구는 ‘호호호히’ ‘좋을씨고’로 듣기도 한다. 전쟁이 끝나고는 ‘기집 죽고’ ‘자식 죽고’로 듣기도 했단다.

지난해 이맘때 유명산에서 야영을 했다. 저녁 무렵부터 검은등뻐꾸기가 울었다. 일행이 모닥불을 피우고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담소를 나누는 동안도 검은등뻐꾸기는 쉬지 않고 울었다. 마음이 쓰여 간간이, 불빛 하나 없는 맞은편 검은 숲을 돌아보았다. 소리는 검은 숲 어디 한 방향에서 일정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사람의 감각을 믿을 바는 못되지만 한 마리 또는 두 마리가 내는 소리 같았다. 자정이 넘어 모두 각자의 텐트로 돌아가 사위가 캄캄하고 고요해지자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텐트에 홀로 누워 듣고 있자니 깊고 울림이 큰 그 소리는 속에 터널을 품은 듯 텅 비고 아팠다. 저녁 무렵부터 울었으니 낮으로 치면 한 나절을 꼬박 운 셈이었다. 한 뼘 조금 넘는 작은 것이 저리 오래 저리 깊게 우는 것은 사람으로 따지자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반시간만 고래고래 소리질러보라. 온 몸이 흔들린다. 세상이 흔들린다. 밤새워 소리 지른다면 그 끝은 혼절이다. 무슨 급박한 일이 있어 그는 혼절하도록 울어야했던 걸까. 
 
 집에 두고 온 아이 생각이 났다. 저녁은 잘 먹었는지, 아프다던 배는 괜찮은지, 이불은 잘 덮고 자는지. 그러다 퍼뜩 뒤통수를 맞은 듯 그의 울음을 이해했다. 그 소리는 단순히 먹이를 사냥하는 신호도 아니고 구애의 노래는 더더욱 아니었다. 나는 사람이고 저는 새였지만 나나 저나 자식을 키우는 어미로서 그 울음은 누가 들어도 자식을 향한 것이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자식을 향하여 그렇게 밤이 새도록 울고 있었다.

검은등뻐꾸기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뻐꾸기는 탁란(托卵)을 한다. 탁란은 그로서도 어찌할 도리 없는 오랜 숙명일 것이다.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로렌츠(Lorenz)에 따르면 조류는 부화 후 처음 으로 만나는 생물체를 자신의 어미로 인식한다고 한다. 이른바 각인(imprinting) 효과.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알을 낳고 검은등뻐꾸기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깊은 숲에 들어 텅, 텅 운다. 알을 깨고 곧 세상으로 나올 새끼에게 ‘네 어미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아니다, 네 어미는 여기 있다, 여기 깊은 숲에 들어있다, 어서 자라 함께 날아가자꾸나!’ 그렇게 각인(刻印)하고 또 각인하면서.   

팽나무가 많아 그런 이름이 붙었을 남녘의 팽목항 그 아픈 4월의 항구에서 이 나라의 검은등뻐꾸기 어미, 아비들도 그렇게 푸른 바다를 향하여 밤이 새도록 울었다. 돌아와라, 얼른 돌아와라, 시신으로라도 돌아와라. 목구멍이 찢어지고 피를 토하고 몇 번을 혼절하고 또 혼절했다. 떠나는 자들은, 먼저 바다에서 아이를 끌어올려 미안하다고 울며 떠나고 남은 자들은, 죽은 아이를 안고 데려가는 부모가 부러워 또 울었다.

 
▲     ©서초뉴스  편집국 -  뒤흰띠알락나방 애벌레

 

나지막하고 고요한 화야산 계곡, 바람이 불고 하늘이 흔들린다. 소태나무 사이에 든 하늘은, 시원하고 맑은 소태나무잎을 닮아 잔물결처럼 가지런히 흔들리고 복자기 나무 사이에 든 하늘은 부드럽고 짙은 복자기잎을 닮아 여울 속 물풀처럼 뭉텅이 져 흔들린다. 강건한 물푸레나무 사이 하늘은 또 명징하다. 모두 아름답다. 노린재나무 잎사귀 사이로 뒤흰띠알락나방 애벌레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강제로 떼어내려 했더니 등줄기를 따라 난 노란 네모들에서 투명한 독을 뿜어낸다. 지난 열흘을 전후로 뒤흰띠알락나방을 비롯하여 애벌레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일부는 땅속으로 들어가고 일부는 번데기나 어른벌레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른벌레가 되는 비율은 고작 전체의 10퍼센트. 나머지 90퍼센트는 상위 포식자에게 먹히거나 기생곤충에게 기생당한다는 뜻이다.

겉보기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숲의 내부는 실은 치열하다. 찰나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는다. 새들의 지저귐도 어쩌면 포획과 포만의 기쁨이리라. 그 배부른 새를 들쥐가 잡아먹고 그 들쥐를 너구리가 잡아먹는다. 균류는 노쇠한 것들의 몸속에 든 죽음의 냄새를 맡고 제 촉수를 산 것 깊숙이 박아 넣는다. 오죽하면 먹이사슬이라고 했을까. 먹을 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적나라한 싸움의 현장으로 숲만한 데는 드물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숲과 다를까. 먹고 먹히고 쫓고 쫓긴다. 전쟁터다. 숲이나 사람 사는 세상이나 거기가 거기다. 그런데 왜 굳이 숲에 드는 걸까.

푸른 잎과 하늘, 햇살을 담아 맑게 일렁이는 화야산 계곡에 나뭇잎배가 떠다닌다. 바람을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린다. 달랑 1층이다. 화물 적재칸도 없고 묵직한 평형수도 없다. 5층짜리 선실도 없고 비겁한 선장도 없고 비열한 항만회사도 없다. 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다는 윗선도 없다. 만약 어린 큰허리노린재가 급한 볼일이 있어 계곡을 건너야한다면 그는 1층짜리 가벼운 나뭇잎배를 타야 하리라. 혹은, 나뭇잎배로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야하리라.

숲에 없는 것은 5층짜리 여객선만은 아니다. 변변한 냉장고도 없다. 냉장고가 없으니 햇빛이며 포획한 애벌레며 잘 익은 열매며 그득그득 쟁여놓을 수가 없다. 아깝지만 더 살생해봐야 소용이 없다. 또 은행도 없다. 선량한 이 등을 쳐서 악착같이 벌어 금고에 넣어두면 좋으련만 이곳에서 의미 있는 건 그때그때 고픈 배를 채워줄 현물뿐, 화폐는 여기서는 웃음거리다. 자식을 키워 세상에 내보낼 적에도 의지할 곳이라곤 인맥이나 학맥이나 패밀리가 아니라 그저 바람과 곤충과 새와 물. 대부분 우연(偶然)에 기댄다. 우연의 힘으로 자식들은 제 살 곳에 뿌리를 내린다. 뿌리 내린 그곳이 그들의 부동산이다. 모든 먹을 것의 근원인 햇살과 바람과 공기와 물은 숲에 사는 모두의 것이며 또한 동시에 모두의 것이 아니다. 먹을 것 널렸으면 배터지기 직전까지 열심히 먹고, 먹을 것 없으면 비슷비슷하게 굶는다. 가물면 비슷비슷하게 목이 타고 추우면 또 비슷비슷하게 떤다. 페어 플레이(fair play), 혹 그 유래가 숲은 아니었을까.

사람이 숲은 아니다. 그러니 무어가 낫고 무어가 못하다고 말하는 건 억지다. 다만 사람의 이성이 그리 빼어날진대 숲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조금 배워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야산 계곡에 다시 검은등뻐꾸기가 운다. 작은 몸뚱이에서 퍼져 나온 깊고 애절한 소리에 화야산 계곡이 운다. 텅 텅 운다. 긴 터널이 울듯이 운다. 하도 울어 등마저 검게 탔다. 살아있는 것들은 묵묵히 검은 4월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알에서 깬 어린 것이, 제 어미가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 믿어버리기 전에 우리도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      

   
▲     ©서초뉴스 편집국  -  큰허리노린재


기사입력: 2014/05/31 [21:24]  최종편집: ⓒ seocho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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