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사업 이름이 특이하다. ‘너희집 미용실이니? 엄마 아빠 헤어디자이너’란다. 양재리본타워 2단지 마을공동체 ‘리본스타일’ 최신형 회원과 김미경 회원을 만났다.
1. 사업 이름이 특이한데요. 진짜 미용실인가요?
최: 전직(前職) 미용실을 운영하시던 분이 같은 아파트에 사세요. 지금은 주로 미용 관련 봉사활동을 하시는데 그분 제의로 동네 주민들이 함께 모여 미용 기술을 배우고 친목도 도모하고 봉사활동도 하게 됐어요.
2. 미용이라는 게, 관심이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같이 하기가 좀 힘든 분야인데요.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되었는지요.
최: 저는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저희 엄마께서 제 머리를 잘라주셨어요. 그때 엄마에 대한 기억은 ‘아, 다른 집 엄마와는 달리 우리 엄마는 이런 것도 하네, 자랑스럽다’ 그런 거였어요. 저도 제 아이 머리를 직접 잘라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제 아이가 훗날 어린 시절을 돌아볼 때 저처럼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저는 아이가 100일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라줬는데 하도 난리를 쳐서 결국 못잘랐어요. 그때부터 그냥 대충 감으로 제가 잘라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아이 셋의 머리칼을 잘랐는데 좀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그러던 차에 이런 일을 하고자 하는 이웃분들을 만났죠.
3. 교육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봉사활동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김: 1년에 12회, 하루 2시간씩 가위 잡는 연습에서부터 섹션 나누기, 원랭 스커트 등을 배우구요. 봉사활동은 주로 경로당 회원님들하고 동네 어린이 대상으로 많이 해요. 아무래도 시간상 제약을 받으니까 파마보다는 커트 위주로 하죠.
최: 서초구에 동산마을 축제라는 게 있어요. 거기서 저희들이 부스를 차리고 미용 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아가씨, 아저씨 등 다양한 연령대 손님들이 오셨어요. 반응이 너무 좋아 올해도 할 예정이예요.
4. 이 활동을 하시면서 본인이나 가족, 이웃 관계 등 변한 점이 있다면?
최: 뭔가 내 힘으로 새로운 것을 배웠다는 뿌듯함이랄까요. 아이 낳고는 물론 보람도 있었지만 내심 사는 게 엉망이라는 생각도 했거든요. 그런데 이거 배우고부터는 내가 한 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발전한다는 느낌? 저도 언젠가 헤어자격증에 도전할 생각이예요. 저희들 중 한 분은 이미 필기시험에 합격했어요.
김: 일단 아이하고 친밀감이 더 두터워졌어요. 아이 머리를 만지면서 아이가 새삼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그리고 아이가 자기도 엄마 머리 빗어주겠다며 제 머리를 만질 때 뭐랄까, 감동스럽고 감사해요. 또, 아는 사람 커트해주고 나서 그 사람 머리를 보면 속으로 ‘아, 내가 이 사람을 이렇게 예쁘게 해줬구나’ 뿌듯해져요. 자주 하다 보니 사람마다 각각 자기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좀 더 나은 미용방법도 배우게 되구요. 그리고 저는 원래 좀 내성적이라 사람들하고 쉽게 어울리지를 못했거든요. 제가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 활동을 하면서 동네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고 그러면서 유대관계도 좋아지고. 한마디로 삶이 참 즐거워졌어요.
5. 꼭 내가 직접 머리를 잘라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김: 시어머님요. 친정어머니는 커트도 해드리고 파마도 해드렸는데 아무래도 시어머님은 좀 어려운 분이잖아요. 잘못 했다가 안이쁘게 나올까봐 걱정이 돼서 연습 더 많이 해 나중에 꼭 해드리려구요.
최: 친정어머니가 시골 사세요. 그런데 시골 갈 때마다 엄마 머리 해드려야지, 하고 마음은 먹는 데 시골이라는 게 이런저런 일로 늘 분주하잖아요. 얼굴을 마주해도 따로 머리할 시간 내기가 힘들어요. 그러게요, 남편하고 아이는 다 제 손으로 해줬는데 정작 친정어머니만 아직 못해드렸네요. 올해는 열 일 다 젖혀두고 일단 제 손으로 머리 한 번 이쁘게 만져드려야겠어요.
6. 앞으로 계획은?
최: 올해는 저희 아파트 단지 말고도 양재동 소재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특강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사도라 커트나 스파니엘 커트, 파마 같은 어려운 것 말고 간단한 앞머리 커트나 새치 염색 정도요. 그리고 올해는 주민 센터와 함께 할 수 있는 봉사활동도 생각하고 있어요.
김: 작년에는 어른들 대상으로 미용 교육을 했는데요. 올해는 초등생이나 중학생 대상으로도 간단한 미용 교육을 해볼까 계획 중이예요.
친구 머리를 염색하다가 흰 머리 몇 올이 보일 때 마음이 짠해진다는 김미경 회원, 자신이 직접 머리를 잘라준 모자(母子)를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는 최신형 회원과 인사를 하고 헤어지면서 둘이 헤어스타일은 다르지만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