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저녁 6시 30분, 양재역 인근 서초문화예술회관 1층 아트홀.
공연을 1시간 앞둔 시간에도 700여개의 객석은 금세 빈자리 없이 빽빽이 들어찼다. 두 손을 꼭 잡은 노부부, 퇴근길 만난 연인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 대학생 청춘남녀들이 들뜬 표정으로 삼삼오오 자리를 잡았다.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동네 산책 오듯 편안한 차림이다.
7시 30분,‘서초금요음악회’ 1000회 기념 공연, 지휘자 서희태가 이끄는 밀레니엄 심포니오케스트라의 빅 콘서트가 시작됐다.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비롯해, 박성중 국회의원, 강석훈 전 국회의원,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등 지역 지도자들이 참석해 서초금요음악회 1000회 무대를 축하했다.
공연의 열기는 시작부터 뜨거웠다. 1000회 라는 횟수와 23년의 연륜만큼 무려 천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아왔다. 자리가 부족하자 사람들은 통로 사이사이 바닥에 앉거나, 가장자리 끝에 서서 보는데도 불평하는 기색 없이 끝까지 공연을 즐기며 그 곳을 지켰다. 공연장 로비에도 백여명의 사람들이 가득 찼고, 로비 곳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흘러나오는 영상과 음악을 자유롭게 감상했다.
서희태 지휘자는 “서초금요음악회의 1000회 무대에 서서 기쁘다. 그만큼 더 열심히 연주하겠다. 연주자로서 바닥에 앉아서 보는 관객, 서서 보는 관객들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하다” 고 말했다.
오페라의 아리아가 울려 퍼졌고 무대는 객석을 압도했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지휘자의 열정적인 뒷모습, 음악가들의 뛰어난 솜씨에 분위기는 막바지로 갈수록 무르익었고, 관객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예술의 전당에서 보던 공연 같아요. 힐링하는 시간이었어요. ”
서초구에 살다 이사를 갔지만 시간될 때마다 서초금요음악회를 찾아온다는 정진순(55세)씨가 말했다. “오페라를 알기 쉽게 해석해주고 재미있게 풀이해 줘서 감동을 더했다”며 덧붙였다.
서초구 주민이자 클래식 애호가 박병선(84세) 할아버지는 1회 공연부터 23년째 이 곳을 찾아왔다. 지난 999회에 이어 1000회에도 객석 맨 앞 줄 가운데에 앉았다. “그동안 열린 서초금요음악회 공연 중 85%가량은 보았다. 서초구청장님이 다른 구에 비해 문화 사업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무료인데도 전문공연장에서 보는 공연과 견주어도 될 만큼 급이 있다.”고 말했다.
‘서초금요음악회’는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단골 관객이 많다.
잠실에서 초등생 두 남매를 데리고 온 조은성(38세)씨는 음악회에 온 지 3년 정도 됐다고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오는데 공연 퀄리티도 높지만, 공연장을 찾아와 즐기시는 분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은 것 같다. 관람 매너가 좋다.“고 말했다. 조은성씨의 딸, 잠실초 2학년 강신후(9살) 어린이는 “엄마손 잡고 7살 때부터 왔어요. 즉석에서 무대에 올라가 본 적도 있고요. 올 때마다 재미있어요”하고 웃었다.
대치동에서 온 안아무개(50세)씨는 10년 전부터 찾아왔다고 했다. “서초금요음악회의 공연이 서초구의 문화 수준을 반영하는 것 같다. 우리 동네도 무료 음악회를 해서 가봤는데 비교가 됐다. 서초구의 공연은 다양한 장르들이 품격 있어서 좋다. 금요음악회가 인기가 많아져서 다음에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된다.” 고 말했다.
‘서초금요음악회’는 지방자치단체 최초 정기 문화공연이자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구는 1994년 3월 4일 신춘음악회를 시작으로 23년간 무료로 매회 특별한 무대를 마련해 왔다. 700회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 800회 뮤지컬 팝스 오케스트라, 900회 프레미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고품격 문화 공연은 음악회를 더욱 빛냈다.
기초단체장이 바뀌어도 이어지는 문화의 전통이다.
‘서초금요음악회’가 쉼 없이 공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전직구청장, 시․구의원의 문화 사랑이었다. 또, 무엇보다도 문화를 즐기는 주민들이 있었기에 1000회의 기록을 이뤘다. 그간 관객 67만명이 찾아왔고, 1만여명의 음악가들이 출연했다. 클래식, 국악, 재즈,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누적 연주곡 수는 1만 3천여곡에 달한다.
구는 매주 금요일 저녁 금요음악회가 열리는 서초문화예술회관을 주민들의 문화예술 커뮤니티 센터로서 클래식은 물론, 국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즐기는 공간으로 내실있게 꾸며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은 지 27년 된 구민회관을 새 단장해 서초문화예술회관으로 이름 붙였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연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난 4월에는 문화예술회관 1층 공연장인 아트홀의 무대장비와 음향조명시설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구는 서초문화예술회관의 초대 관장으로 국립중앙극장장과 동아일보 문화부장을 지낸 임연철 교수를 임명했다. 또한 서초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예술의 전당 사장을 지낸 신현택 교수와 서초문화원 원장으로 (사)한국오페라단 박기현 단장을 영입해, 서리풀페스티벌 등 수준 높은 문화예술 사업의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오는 18일 1001회 공연은 국립발레단이 무대에 오른다. 해설이 있는 발레 갈라 공연이다.
이어, 25일 1002회 공연은 대중음악 장르로 '조이풀 콘서트'가 진행된다. MC 김승현의 사회로 <바람바람바람>의 김범룡이 특별 출연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1000회라는 특별한 무대를 갖도록 큰 사랑을 보내주신 45만 서초구민들께 감사하다”며 “문화예술 도시 서초의 자랑, 금요음악회가 앞으로 2000회의 새 밀레니엄을 열 수 있도록 품격 있는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